필자가 사이버 공간에 접속할 때마다 느끼는 소란스러움 속에서 정리하다 보니, 군 생활이 참으로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휘관들의 안전의식이 형편없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안전관리의 철학적 기반은 다름 아닌 유한성의 자각이다.
역설적으로 아래와 같이 표현하면 와닿을 것이다.
절대 죽지 않고 죽어도 되돌릴 수 있는 불사의 신은 안전관리를 할 필요가 없다. 앞날을 훤히 내다보는 전지전능한 신은 언제나 불행을 회피할 수 있을 것이다. 전지전능이란 어디서든 언제든 존재한다는 의미 아니던가?
인간은 신과 다르다. 생명이 유한하고 목숨도 딱 하나이며, 크게 다쳐 사지의 어떤 부분을 절단하게 되면 불가역적으로 되돌릴 수 없다. 인간을 빵틀에 찍어내듯이 만들어낼 수 없다. 유일무이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유한성의 자각이 안전관리의 배경이다.
유한하기 때문에 우리는 시간을 아낀다. 이렇게 효율과 접목되는 것은 당연하다. 따라서 안전관리는 인간존중, 인간의 존엄성을 긍정하는 것이기도 하다.
아무리 선한 얼굴로 혹은 인자한 어머니 같은 상사라도 안전관리를 소홀히 한다면 그 웃음은 위선이다. 안전관리제도에 대한 몰이해는 곧 유한성을 자각하지 못한 철부지와 다름없다.
만약 우리 주변의 꽃다운 젊은 청춘이 가장 찬란한 20대 초반에 국방의무라는 미명하에 징집되어 입대했을 때, 상관이 안전관리를 소홀히 한다면 그로 인한 불행한 결과는 불가피하다. 이는 위험천만한 상사인 것이다.
안전관리를 제대로만 하면 사고는 거의 0으로 수렴할 것이다.
안전관리제도를 철저히 실천한다면 예측불가능한 사고를 제외하고는 사고가 발생하지 않는다. 안전관리제도 중 위험성평가만 제대로 해도 사고율이 대폭 줄어든다. 아, 안전관리제도의 대부분은 의무적이다. 임의로 할지 말지를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안전교육, 위험예지활동, 점검, 위험성평가 등 모든 것이 의무로 되어 있다. 이번 채 상병 사건에서 보듯 대형사고가 발생했다는 것은 위험성평가를 아예 빼먹었다는 것을 말해준다.
그리고 더욱 실망스러운 일은 해병대 수사단, 채 상병을 검시했던 군 검사, 국방부 조사본부에서 이첩된 사건을 회수해서 중간 검토한 자, 사단장, 변호인들, 중대장 등이 위험성평가를 제대로 알지 못하거나, 멋대로 위험성을 안정성으로 바꿔 호칭하거나, 위험성평가를 탁상공론식으로 피상적으로 이해한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군부대에서 부하들을 거느린 소대장, 중대장, 대대장, 연대장, 여단장, 사단장 모두가 위험성평가를 제대로 활용하지 않는다는 뜻이 된다.
시간이 나면 채 상병이 소속된 부대를 수행하는 투명한 종군 기자가 되어 언제 위험성평가를 해야 하는지, 어떻게 하는지를 살펴본다면 필자가 왜 실망했는지 단박에 알게 될 것이다.
이 사람들의 피상적인 이해 때문에 때로는 어떤 사람이 죄인으로 몰리고 혹은 무죄로 판결 나는 황당한 결말이 되곤 한다.
안전관리, 이것을 제대로 실천하는 것은 곧 사랑이고 존중이며, 겸손이고, 제대로 된 인간이라면 성실하게 수행해야 할 당연한 법적 의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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