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압으로 느꼈다"
외압이란 외부에서 가해지는 힘이다. 해수면보다 더 높은 고지대에 오르면 대기압이 낮아져 산소가 희박해지며, 이로 인해 폐호흡에 지장이 오게 돼 폐가 "숨쉬~기 힘들어~~ 왜 나를 이런 척박한 곳에 데려왔어'라는 외치는 것이다.
고산병은 생리적인 항상성(homeostasis)이라는 방어기제의 발동으로 인한 것이므로 높은 산에서 내려오거나 적응하기 전엔 증상을 없애거나 완화시킬 수 없다.
국방부 법무관리관의 개입을 박정훈이 외압으로 느꼈다는 것은
스스로 높은 산으로 올라 고산병 증상이 임박한 상황과 흡사하다.
그러나 자세히 훑어보면 고산병과는 다르다.
박정훈에게 나타난 외압으로 느껴진 실체는 사실 외적 소인이 아닌 심리적 방어기제가 작동한 것이다.
통화하던 그 순간 박정훈에게 외압이라 느껴지도록 만드는 (심리적 잣대인) 기준이 존재한다. 곧 수사의 독립성보장 조항이다. 부수적으로 스스로 수사 지휘를 하고 있으며 수사에 종사하는 부하들, 8명이나 범죄혐의자(피조사자)를 특정하고 수사설명회를 개최해 (채상병)유족들에게 브리핑까지 마친 상황이 파노라마처럼 스쳤을 것이고 이런 팀의 노력을 무도하게 깔아뭉개려고 한다는 분노(?)가 치민다. 이에 더해서 자신보다 위라고 생각되는 유재은이 최초의 대화를 시도할 때의 거칠은 대쉬가 문제의 발단이었을 수 있다.
그래도 수사로 잔뼈가 굵어온, 해병대 경찰계통에선 최고수뇌인 긍지를 갖고 있는 해병전사인 자신을 감히 뭉갠다고, 왜 내게 이래라 저래라 간섭하는 것이냐고?
그리고 이런 전개엔 수사권이라는 대 전제가 존재한다.
유재은도 대화과정에서 박정훈이 과민하게 반응하는 그것을 의식해서 외압으로 느껴지냐고 묻게 된 것이다.
심리적 출렁임은 이렇게 주관적이고 상대적이다. 때문에 갈등과 소음이 뒤따를 수 있다.
그리하여 이러한 다름(다양성)이 갈등 해소에 기여하는 기제가 아니라 그 틈새를 점점 벌리게 되면 파국으로 치닫게 된다.
박정훈팀이 당시 가졌단 수사권의 구체적 내용에 대해서는 아래 링크 참조
그렇다면 박정훈이라는 심성을 소거한 AI를 대신 앉혀 시뮬레이션 해보자.
유재은이 이러쿵저러쿵 훈수(?)질을 할 때
냉정하게 전화한 목적이나 배경을 따진다. 감정적 개입없이 아니 AI는 원래 감정이 없으므로 그냥 심리적 측면이 부재한 객관적 대화내용과 상황만을 따지게 될 것이다.
유재은이 혐의나 피조사자들조차 몽땅 기재하지 않는 방법도 있다는 의견제시에 대하여 왜 자신과 다른 의견인지를 밝히려 노력하는 것이 바른 태도일 것이다. 대등한 인격체로의 박정훈이나 유재은의 초점과 견해가 똑같다면 갈등이 부각될 리가 없기 때문이다.
국방부 법무관리관이 박정훈의 직속상관도 아니다. 그냥 제시한 의견의 문제가 어떤 점에서 공감할 수 없다. 나를 설득해 보라. 그랬으면 매우 발전적이고도 건설적인 대화가 진행됐을 수 있다.
AI와 다른 박정훈에게 특유한 열등감 혹은 자존감이 사태를 그르친 게 아닐까? 물론 감정없는 AI라면 심리적 요소에 무관하게 합리적 결론을 도달했을 테지만 감정의 소유자인 박정훈에게도 그것을 기대하는 것이 어려울 수 있다.
아무튼, 박정훈에게 주어진 귀중한 기회를 걷어차고 말았다.
박정훈은 이미 MAD를 앓고 있는 환자이고 그 증상을 자각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 통화 당시 박정훈팀의 경찰로서의 지위는 수사권없는 군경찰이다.
그들에겐 주어진 역할은 수사가 아니라 매우 한정된 검시처분권한, 이첩하기 위한 기초조사 정도뿐이지 수사권이라는 몽뚱아리에서 팔뚝정도 남은, 수사권이라고조차 할 뭣도 없는 형해화된 잔해 뿐이다.
사체를 객체로 휘두를 수 있는 검시처분권한, 그것마저 군검사 지휘를 받아서 하는 그래서 매우 특별한 종속적 지위의 군경찰이었던 것이다.
박정훈의 선택이 정상이면 유사한 상황에 조우하는 모든 군경찰은 AI가 아니겠기에 외압으로 느낄 것이다.
외압으로 느낀다는 것은 모든 군사경찰이 감정을 컨트롤할 수 없는 존재임을 들킨 것이고 군사경찰뿐 아니라 공무원의 정체성에 의문을 던지게 한 그것이 된 것이다.
이제 MAD 군경찰에겐 외압이 필수이다. 그나마, MAD라는 안타까운 국면을 벗어날 수 있는 기회일 테니까...
MAD(Maladaptive Adaptation Disorder; 부적응증)

앞으로 고위직이든 서민이든 의견이 다른 경우 외압으로 느껴지지 않을 때까지 철저하게 공무원들을 단련시킬 권리와 의무를 다하자. 유재은의 용두사미식 대쉬같은 거 말고 저돌적인 대쉬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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