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소개
지역차별이 아니라 호남차별이다
95년 초 발간된『김대중 죽이기』에서 김대중과 관련된 지역차별 문제가 일부 개진된 바 있는데, 이에 대한 독자들의 반응은 참으로 뜨거웠다. 8백여 통에 이르는 편지와 책 서너 권 분량은 족히 될 PC통신상의 토론이 있었다. 저자의 견해에 대한 극단적인 찬성과 반대 그리고 냉소적 중립 등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이는 그 생생한 내용들이 이 책의 집필에 기본 자료로 활용됐다. 기존의 지역차별 관련 서적들과는 달리, 구체적 실상에 대한 증언과 그에 대한 찬반양론을 저자 나름의 관점으로 비판해 가면서 입론해가는 방식의 구성이다.
양지에선 언제나 '지역감정'이라는 쌍방과실적 표현으로 대체당해야만 했던 '호남차별'은 그래서 음지의 언어다. 햇빛 아래서 당당히 논의되기보다는 뒷구석에서 음험히 수군대어지는 유령의 언어인 셈이다.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지역차별의 존재를, 그리고 그 폐해의 심각성을 익히 알고 있지만, 본격적으로 이를 공개석상에 올려놓기를 꺼려한다. 그 심리의 이면과 그것을 생산해낸 사회 구조를 냉철히 들여다본 결과물이 바로 이『전라도 죽이기』이다.
'호남차별을 강화하는 3대 원인'
첫째, '서울 공화국'이란 단어로 대표되는 서울 중심주의는 지방간 격차의 문제를 '서울 대 지방'이란 구도로 희석되게 함으로써 문제 해결을 더욱 지체시키며, 동시에 지방자치가 정착되지 않아 지방에 대한 서울의 절대권력이 특정 지역 집단에 의해 장악될 수 있음으로 해서 지역균형은 깨지고 그 권력을 쥐기 위한 쟁투의 격화로 갈등은 더욱 부추겨지게 된다.
둘째, 지역차별에 의한 경제적 낙후는 구매력의 축소를 가져와 이것이 다시 '시장논리에 의한 차별을 불러오는 악순환의 고리에 갇히게 된다. 지역차별의 심리 역시 대세 추수의 '시장논리'를 거스르지 않으려는 역소외 심리를 자극해 차별의 악순환을 불러온다.
셋째, 지식인들의 '보신주의'는 차별구조로 이득을 보는 세력과 그 구조를 밝혀내는 데 장애가 됨은 물론, 문제의 공개적 논의를 통한 해결책 모색을 지체시킨다.
"패권타도! 차별 철폐"
저자는, "호남차별"문제는 우리의 양심에 통증이 올 때에야 만이 해결될 수 있으므로, 그 해소운동은 학력차별 빈부차별 남녀차별 등 모든 차별과의 투쟁이라는 대의와 결합됨으로써 현실적 설득력과 추진력을 얻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후기>를 통해 최근 비자금 정국의 와중에서 터져나온 김대중씨 20억원 수수의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지에 대해 언급한다. 3김청산을 진짜로 하려면 '김영삼 대통령 하야'까지 포함시켜야 하며, 그런 혁명을 국민이 원치 않는다면 우리는 우리의 '더러운 정치 역사'에 대한 깊은 안목과 인내를 요구받게 된다고 말한다.
언론서평-'호남차별' 다룬 책 잇단 출간
-『한겨레』1995년 12월 23일
15대 총선을 앞두고 정치사회적으로 민감한 주제인 '지역감정(호남차별)'을 다룬 책『전라도 죽이기』와『전라도 살리기』가 한달 사이에 잇따라 나와 이목을 끌고 있다.
전북대 강준만 교수의『전라도 죽이기』는 지난달 말 출간 이래 광주에서 꾸준한 반향을 일으키고 있고, 인천 진리성결교회 이한규 목사의『전라도 살리기』는 이달 중순 서점가에서 첫선을 보였다.
이 책들은 제목이 역설적인 데다 지난 6월 지방선거에서 투표행사에 영향을 주려는 의도에 따라 '지역패권' '지역등권' 지역할거' 등 갖가지 변형으로 나타났던 지역문제를 정면으로 다루고 있다.
이 책들은 공통적으로 전라도에 대한 차별과 소외를 구체적으로 알리고 극복하는 방안을 찾는 것을 주제로 삼고 있다.
『전라도 죽이기』는 전편이라 할 수 있는『김대중 죽이기』에 대한 독자반응과 지식인의 발언을 근거로 사회전반에 호남차별 실태와 확대 재생산 구조를 낱낱이 설명하고 사회적 차별을 제도적으로 철폐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전라도 살리기』는 티케이 정서, 쿠데타 콤플렉스, 호남 고정표 등 각종 용어를 제시하며 주변에서 만나는 허위의식들의 사례를 소개하고 전라도 사람들이 억압에 따른 피해자보다는 굴하지 않는 생존자로서 심리적·교육적 치유를 해나갈 것을 권고한다.
그러나 이 책들이 지역차별의 구조적 현실적 실태를 드러내는 데는 효과를 거뒀지만 특정지역(주민)에게 직설적이고 감성적인 비난을 하고 논리적인 해소방안을 찾지 못한 채 공허한 결론에 그쳤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또 자극적인 제목과 일방적인 힐난 등 전체적으로 이성적인 호소를 하기보다 지나치게 목소리를 높인 탓에 애초 견해가 다른 독자에게 심한 거부감을 줄 수도 있다는 우려도 뒤따르고 있다.
저자소개
강준만
1980년 성균관대 경영학과 졸업
1984년 미국 조지아대 신문방송학과 졸업(석사)
1988년 미국 위스콘신대 신문방송학과 졸업(박사)
현재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그의 공식적인 이력은 위와 같이 간단하다. 그러나 그에게 따라붙는 애칭(?)은 그야말로 천차만별이며 갖가지이다. 초기에 그의 실명비판과 직접화법은 '지독한 냉소와 직접화법 무장, 비평의 칼 뺀 '한국논단의 게릴라', ''성역'깬 실명비평의 매서운 칼날''에서 '독설 ', '독선적 글쓰기', '선정적 글쓰기' 라는 혹평에 이르기까지, 그동안 서로에 대해 직접적 비판을 피하고 서로의 밥그릇과 명예를 챙겨주는 데 여념이 없었던 지식인 계층과 문화계 인사들을 공격한 대가로 커다란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한때 또 하나의 '오만한 문화권력'으로 논쟁의 대상이 될 정도로 강준만식 비평은 갖가지 논쟁을 불러일으키며 수많은 논쟁지점을 양산해왔다. 그리고 그의 비평은 단순히 언론에만 국한되지 않고 사회의 각 분야, 정계·문화계·여성계 등등의 쟁점에도 참여하거나 문제제기 하는 방식으로 계속되고 있다. 그가 이렇게 폭넓은 게릴라전을 시도하며 '투계'와 같은 호전성을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한국 사회가 아직도 실명비판을 넘어서 제대로 된 논쟁을 이끌어낼 수 있을 정도의 저력이 부족한 까닭이고, '상식인'의 시각에서도 아직 문제제기의 여지가 많은 불공정하고 불합리한 부분들이 있기 때문이다.
저서
『인물과 사상』제1권~제22권
『김대중 죽이기』
『전라도 죽이기』
『김영삼 이데올로기』
『김영삼 정부와 언론』
『언론권력도 교체하라!』
『대중매체 이론과 사상』
『카멜레온과 하이에나』외 다수
[촌평]
지역격차의 구조적 고착 및 그 심화, 사회적 자본의 편중 및 그에 수반한 격차 및 공동화, 사회문화적인 유사인종주의적 배타성, 그 구조의 존속·발전에 기여하는 보신주의적 지식인과 언론매체, 이러한 제반 양상의 지속성 등 패권주의 혹은 패권이데올로기적 제 요소를 매거하는 단계로 나아갔음에도 지역주의 개념을 사용하거나 대표성없는 서울을 거론하는 한계를 보인다.
즉, 강준만은 서울공화국 혹은 서울집중이 지역격차나 차별의 해소를 저해한다고 생각하지만, 자본주의와 결합한 근대화 과정에서 노정되는 도시화 현상은 보편적 현상이고. 도시화라는 그 공간적 양상이 전국에 산재함을 고려할 때, 이른바 ‘전라도 죽이기’라는 지역차별의 주요 요인으로 규정하는 데는 일정한 한계를 지닌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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