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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기 - 지역주의 정치 넘어서기

시민25 2016. 4. 15. 10:34

지역주의 정치 넘어서기 (김호기)

http://action.or.kr/71904

2002.11.18 07:47:40 

 

정치·행정

 

대통령선거의 열기가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민주당에 이어 한나라당에서도 경선을 통해 대통령 후보가 선출되면서 이제 대선은 노무현 후보 대 이회창 후보 간의 본격 레이스가 시작된 느낌이다. 물론 박근혜 의원을 포함한 제3의 후보의 등장을 예상해 볼 수도 있지만, 이제까지의 여론조사 결과는 노무현 후보 대 이회창 후보의 대립 구도가 단연 중심을 이루고 있다. 성장 과정과 개인 경력에서 커다란 대조를 이루는 이 두 후보의 대립은 여러 가지 점에서 흥미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런 대선 레이스를 지켜보며 드는 생각의 하나는 과연 이번에도 지역주의가 맹위를 떨칠 것인가이다. 지난 세 번에 걸친 경험이 보여주듯이 그 동안 대선에서 지역주의는 그 향방을 결정한 가장 중요한 변수였다.

 

우려스러운 것은 이제까지 발표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지역에 따라 후보의 선호도가 매우 뚜렷하다는 점이다. 노무현 후보는 호남 지역에서 커다란 지지를 받고 있는 반면에 이회창 후보는 대구/경북에서 높은 지지를 얻고 있다. 한편 문제의 지역인 부산/울산/경남에서는 두 후보에 대한 지지가 조사시기에 따라 작지 않은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전통적으로 사회과학에서 투표경향을 설명하는 유력한 이론 가운데 하나가 이른바 합리적 선택이론이다. 즉 투표는 경제적 이익을 지향하는 합리적 행위로 볼 수 있다는 것인데, 내 고장 후보를 선택하는 것은 그것이 무엇보다 경제적 이익을 수반하기 때문이다. 과거 대선에서 영남과 호남에서의 표 편중 현상은 이 합리적 선택 이론의 구체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또 투표와 같은 정치적 선택에서 경제적 이익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정서적 공감대인데, 손은 안으로 굽는다고 아무래도 정서적 친밀감을 주는 후보를 지지하는 경향도 무시하기 어렵다.

 

문제는 이런 지역주의 정치가 갖는 부정적인 결과에 있다. 지역주의 정치는 후보나 정당에 대한 객관적인 판단을 중시하는 것이 아니라 대중 다수의 지역적 이익 및 정서에 기반한 감정의 정치. 극단적인 지역감정이 정치적 분열을 조장하고 이것을 정당이 적극 이용하는 양상이 올바른 민주주의의 정착을 지체시키고 있다. 누군가를 대통령으로 선출한다는 것은 특정 지역의 이익을 대변하는 후보가 아니라 전국민의 의사를 대표할 수 있는 후보를 선택하는 것이다. 더욱이 이 지역주의는 경제영역은 물론 시민사회에도 커다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폐해가 결코 작다고 보기 어렵다.

 

예상컨대 이번 대선의 경우도 이제까지의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그것이 완화된다 하더라도 지역주의 투표로부터 자유롭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기존의 지역주의를 벗어날 수 있는 정책 대안이 제시되지 않는다면, 국민들은 지역감정을 부정하면서도 최종 선택의 지점에서는 지역주의를 선택할 가능성이 작지 않기 때문이다. 우려되는 것은 지역주의가 너무 강고한 나머지 이를 정치적 현실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지 않는가 하는 점이다.

 

이런 지역주의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정당과 국민 모두 일대 결단이 요구된다. 먼저 정당과 후보는 지역주의를 이용할 것이 아니라 그것을 넘어설 수 있는 균형적인 지역발전에 대한 구체적인 정책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더불어 대승적인 견지에서 지역감정을 악용하려는 정치적 발언 및 활동을 자제해야 한다.

 

한편 국민들은 지역주의를 넘어설 수 있는 과감한 정치적 판단을 선택해야 한다. 지역주의 정치에 대해서는 지역감정을 악용하는 기성 정당들에 일차적인 책임이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유권자 모두가 면책되는 것은 아니다. 다가오는 12월 이번 대선에는 망국적인 지역주의를 넘어설 수 있는 일대 계기가 마련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김호기 교수(연세대 사회학과)

 

<2002. 5. 22 / 디지털법보 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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