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결과를 영패적으로 해석하는 당신은 도대체 누구냐
총선 결과를 놓고 도하(都下) 신문찌라시들은 민주의 승리라는 둥, 이념과 정책 대결로 가는 정치시대의 개막이라는 둥, 거침없는 개혁드라이브가 걸릴 거라는 둥, 좌우 양날개로 나는 최초의 정치지형 형성이라는 둥,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지역주의의 퇴조를 확인했다는 둥, 하나같이 헛소리들로 지면을 가득 메우고 있습니다.
한편 우리 민주당 지지 웹진에서는 각자 가진 비통함을 달래고 추스르며 서로 위로하는 시간을 갖고 있습니다. 소위 논객들께선 민주당 총선패배 원인의 분석 글을 하나씩 내놓고 있기도 합니다.
언뜻 다 필요한 절차로 보입니다. 자연스러운 순서인 것 같습니다.
그러나 여기서 기억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우리는 언제나, 그 생존 조건이 영패의 지배 아래, 영패의 문화환경에 철저히 둘러싸인 채 제한받으며 사고하고 행동하고 있다는 사실을 상기해야 한다는 겁니다. 그 피지배 상황이라는 것은 세계 여느 민주국가와는 다르게 이 땅에나 있는 아주 <특수>한 조건입니다. 우리가 시궁창 냄새가 나는 곳에서 매일매일을 살고 있는 탓으로, 그 환경이 곧 Normal한 것으로 둔갑할 수는 없습니다. 코가 그만 문드러져서 냄새를 못 맡는 현실은, 감각이 아닌 우리의 기억력으로, 그 <이성>의 힘으로 스스로 되새김질 함으로써 이 환경이 Abnornal임을 늘 깨우치고 있어야 합니다.
우리가 숨쉬고 있는 영패지배의 환경은 어디까지나 <비정상>이란 사실입니다. 그것이 아무리 자연스럽게 우리 곁에 있다 하더라도 여전히 비정상적 특수환경이란 말입니다.
그런데 정작 영패의 존재를 잘 아는 사람들도 이 사실을 까먹고 사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우리의 주장들에서 <영패지배환경>이라는 전제가 빠진 채 논리가 전개되기 일쑤입니다. 이것은 사실상 보통 통탄스러운 일이 아닙니다.
그 예가 바로 이 시간 쏟아져 나오는 민주당 지지자들의 자탄과 자성, 그리고 민주당 재건 모의의 형식에서 보입니다. 패배 결과의 원인을 모두 <안으로만> 돌리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오직 민주당 내부에로만 향하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우리의 정치환경이 영패구조라는 거대한 영향력이 없는 normal한 상태라면 그렇게 해야 마땅합니다. 자신의 실수를 꼭 집어 올려 똑바로 마주한 뒤, 깊은 성찰에 의해 오류를 하나씩 바로잡아가는 시간이 소망스럽다 할 것입니다.
그러나 이런 형식의 자성은 대단히 빗나간 전제 위에 기반해있습니다. 원인을 규정하는 전제인-바로 우리의 환경이 abnormal한 것이라는 사실을 무시한--영패라는 외부 조건을 전혀 고려치 않은 normal한 환경하의 분석 '패러다임'이라는 겁니다. 전제가 어긋나있는 분석이 현상의 진실을 바르게 설명해줄 수 없는 것은 너무나 자명합니다. 영패찌라시들은 말할 것도 없고 사이비진보 티를 내는 모든 신문과 방송, 그리고 심지어는 반영패 대오에 함께한다는 민주당 지지자들마저 이러한 오류를 천연덕스럽게 저지르고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한겨레, 오마이의 분석 기사를 읽을 때 곧 역겨움을 느끼고 마는 것은 그들의 사고와 논리방식(패러다임)이 우리와는 근본적으로 다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여러 민주당 논객들의 글에서마저 그런 역겨움이 느껴지곤 합니다. 저는 그 이유가 바로, 민주당 지지자들의 패러다임이 막상 저들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데 있다고 봅니다. 민주당에 애정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빼고는, 저들 무뇌아들과 큰 차이가 없다는 것입니다.
그 이유는 영패지배환경이라는 전제를 의식하지 않고 사고하는 형식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영패지배환경이라는 <특수>하고도 한 상태를 무시한 채, normal 하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면, 그 전제를 깔고 있는 것과 전제를 의식하지 못하는 것이 실제 어떤 차이를 만들까요?
영패지배환경이라는 전제를 인식할 때, 우리는 사이비 개혁 세력의 논리적 허구를 훤히 들여다 볼 수가 있습니다. 그들의 밑창까지 다 꿰뚫어볼 수 있습니다. 우리의 눈에 그들의 거짓진술이 속속들이 드러납니다. 반면, 영패지배환경이라는 전제를 무시하고 총선 결과를 바라볼 때 우리는 저들의 허구적 논리에 속수무책으로 속아넘어가고 맙니다. 저들은 논리 전개에 있어, 영패지배환경 사실을 전혀 고려치 않고 그저 normal한 상태로 놓고 주장을 펼칩니다. 이러한 패러다임에 내내 속아와 이젠 차라리 편하게 느껴지기만 하는 중립적 일반인들에겐 그것이 매우 설득력이 있어 보입니다. 우리 민주당 지지자들에게는, 왠지 입맛을 잃게 하는 말이긴 한데 그렇다고 궤변만을 아닌 것 같고 대충 반은 맞는 말인 것 같다는 착각에 빠지게 하는 논리입니다.
이때부터 우리 민주당 지지자들은 갸륵하게도 책임추궁과 비난의 화살을 이내 <내부>로 돌리고 맙니다. 저들의 말도 쓴소리려니 하며 귀히 여기게 됩니다. 영패지배환경이라는 대전제는 우리의 문제분석과 이해의 과정에서 이내 쏙 빠져나가고 맙니다. 오직 내부보수가 우선 다급한 일이고 문제의 전부인 것처럼 부각되고 맙니다. 이렇게 되면서 자연 우리는 그들에 대항할 전의와 논리를 잃게 됩니다. 그들의 말이 반은 맞다고 느끼는 조건에서 상대에 대한 전의가 일어날 리 만무합니다.
저들은 지금 이 시간에도 사실 왜곡 위에, 민주당죽이기, 호남죽이기를 천연덕스럽게 벌이고 있는데 순진하기만 한 우리는 집안싸움 아니면 자탄으로 가슴이나 치고 있단 말입니다. 알고 보면 한심스러운 짓입니다.
이렇게 저들 영패적 패러다임에 의한 총선결과 분석은 정통성을 인정 받아가고 있습니다. 아마도 이대로라면 역사에도 저들의 주장을 그대로 기록하고 말 것 같습니다. 맘씨 좋은 우리 민주당 지지자 바보들은 그저 손 놓고 저들의 17대 총선 관련 역사왜곡을 묵묵히 바라만 보고 있습니다. 민주당이 짓밟힌 것만 해도 분통이 터질 노릇인데, 저들은 대놓고 민주당의 의석 축소에 역사적 당위성을 부여해가며 아예 사망선고까지 하겠다는 망동을 서슴지 않고 있단 말입니다.
총선 결과가 구영패와 신영패의 싹쓸이로 나타났습니다. 호남과 민주당 지지자들의 신영패에 대한 굴복으로 나타났습니다.
우리 민주당 지지자들은 지금 눈물이나 떨구고 있을 때가 아닙니다. 민주당이 패배했다고 해서 우리의 반영패 의지가 함께 패배한 일이 아닙니다. 차라리 그럴수록 반영패 기치는 선명해졌습니다.
지금부터 당장 우리들의 정당한 분노를 가열차게 표출해내야 합니다. 우리 내부가 아닌 <저들> 영패주의자들을 향해 준엄하게 항의하고 경고해야 합니다. 그것이 순서입니다. 내부적 자성은 그 다음, 그것도 한참 뒤 나중 일입니다.
우리는 이제부터 적극적인 사고를 해야 합니다. 우리 스스로 저지른 실책이 얼만큼 있음을 부인할 수 없으되 저들에 비하면 말할 수 없이 깨끗하고 떳떳합니다. 저들의 비열함과 사기성과 비도덕성을 끊임없이 공격해야 합니다. 영패척결이 지금과 같은 눈물과 한숨으로 결코 성취될 수 없습니다.
이 abnormal한 영패지배환경을 normal한 것이라 착각하지 않아야 합니다. 이러한 패러다임을 놓지 않을 때만 영패를 극복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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