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판식 수색
사실 익숙한 개념이 된 지 오래된 아젠다인데 다시 설명하자니 곤혹스럽다.
그러나 귀들 닫고 눈을 감은 사람들이 많으니 다시 설명하지 않을 수 없다.
채상병 사망사건 의혹 시리즈(25) - 무지하면 용감하다 : 바둑판식 수색
아젠다 변질에 대한 후속이라고 할 수 있는 글이다. TV오락에서 전달 게임은 매우 즐겁다. 전지적 관찰자에겐 훤하게 보이는 답이 시작점을 출발해서 다른 형태로 소화되고 변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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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종자를 찾으려 할 때 수색대상 지역을 완벽하게 훑는 방법으로 바둑판식이 효율적이다.
왜냐하면 수변은 물과 땅이 만나는 수제선으로부터 땅 쪽으로 필요한 면적만큼 확장된다.
예를 들어 수변이 가파르게 떨어지는 폭포옆 절벽이라면 실종자가 그곳에 있을 리 없기 때문에 대상지역에서 제외시켜도 될 것이다.
그러나 바다와 만나는 강 하류의 삼각지근처라면 수변이 굉장히 넓어질 수 밖에 없다. 수변은 이렇게 인문사회학적 수요에 따라 가변적인 특성을 가진 공간이다.
이제 수색부대원이 모두 10명 아니 몇 명이든 상관없다. 수색대원을 1렬로 세워서 수색을 한다면 수변이 수색대원 + 알파만큼 넓다면 대원들의 간격을 넓히든지 아니면 되돌아오든지 해서 빠짐없이 수색하여야 할 것이다.
그런데 1열식의 경우 훑고 지나간 뒤에 제3의 부대가 이미 훑고 지나간 수색대상지역에서 실종자를 발견했다고 할 때
앞서 지나간 부대에서 누가 관심을 소홀히 해서 실종자를 찾지 못했는지를 밝히려면 곤란할 것이다.
그렇지만, 수색지역이 아무리 넓다해도 구획을 나눠 각 구획별로 책임을 할당한다면 누락의 걱정이나 책임지역에서 실수로 실종자를 놓쳤을 때도 책임을 추궁할 수 있다.
바로 바둑판색 수색이 그러한 용도에 적합하다.
그렇다면 수중에서 바둑판식 수색이 가능할까?
불가능할 리 없다. 다만 한정된 자원을 가진 우리들이기에 비효율적인 방법을 쓸 수 없다.
사고 전후의 예천의 석관천으로 가 보자.
집중 호우로 불어난 흙탕물을 볼 수 있다. 거센 탁류가 흐른다. 물속의 시야가 전혀 확보되지 않는다.
무슨 수로 물속(하상) 지반에 격자형태로 구획짓고 할당할 것이며 설령 수색을 한다해도 보이지도 않은 그 곳을 갈퀴나 삽으로 일일이 훑는다고 하자, ... 바닥을 긁자마자 바로 새로운 흙이 치환되고 또 급류가 하상지반을 온통 헤집고 흐를 것인데 어떻게 누락하지 않고 샅샅이 찾는단 말인가?
불가능하지는 않겠지만 지극히 비효율적인 방법임을 단박에 알 수 있다.
사실, 바둑판식 수색이 수중 전용이든 육상 전용 수색이든 문제될 수 없다.
해병대매뉴얼상으로 위험성평가 주체는 대대장이하 중대장 이상의 지휘관이다. 이들은 작전 전개할 때 전, 중, 후로 안전관리와 관련된 법정 의무를 수행하도록 임무가 주어졌는데 그 중 하나가 위험예지훈련, 위험성평가이다.
해당 지휘관들이 위험성평가만 제대로 했어도 사고로 이어질 수 없다. 불법한 지시든 뭐든 말이다.
따라서 수중수색 지시를 누가 했느냐가 아니라 위험성평가를 누락한 그가 누구냐 왜 하지 않았느냐가 본질인 것이다.
위험성평가를 누락해서 위험을 예방하지 못한 것이야말로 채상병을 죽음으로 내몬 원흉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청문회에서 논란된 09:30분경의 포3대대 9중대장에 대한 질책도 수중수색과 인과관계가 없다.
사단장의 질책으로 위험성평가를 생략했다고 하더라도 그 당시 사고가 나지 않았다면 중대장은 그 후에 위험성평가를 수행해서 의무를 다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정리하자면 바둑판식 수색이란 방안지 모양으로 대오를 지어 수색하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수색대상지역을 빠짐없이 누락하지 않고 훑어 수색의 목적을 달성하려는 기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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