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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인입니다.
저는 그간 큰 고민 없이, 군수사기관이 '민간 법원에 재판권이 있는 사건'을 인지한 경우 민간 수사기관에 이첩한다는 규정의 존재 및 민간 경찰이 휴가 나온 군인의 범죄에 대해 신분이 밝혀지기 전까지 수사한 후 군사경찰에 사건을 이첩하는 수사 현실에 기초하여, 군인사망의 원인 범죄에 대하여 군사경찰이 온전하지 못하지만 초동 수사는 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는 것 아니겠냐고 속단하고, 그 판단에 근거하여 해병대수사단의 채상병사건 관련 활동을 바라보았습니다. 즉, 적법한 수사활동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어제 한 회원님이 작성하신 글[채상병 사망사건 의혹 시리즈(27) - 박정훈팀의 불법조사
https://cafe.naver.com/agorahub/99 ]을 읽고 "군사경찰이 군인사망의 원인이 되는 범죄에 대해 수사권이 있는가"라는 주제에 대해 깊이 고민해 보기로 결심하고 오늘 바로 실천하였습니다.
고민 결과는 아래에 있습니다. 이런 결심의 계기를 마련해 주신 회원님께 감사드립니다.
시간상 일단 저의 바뀐 판단결과를 먼저 말씀드리고, 그 근거에 대해서는 시간이 나는 대로 보강하겠습니다.
[결론]
- 군사경찰은 군인사망 원인 범죄에 대해 수사권이 없다. 따라서 원칙적으로 형식적 의미의 범죄인지를 할 수 없다.
- 군사경찰 스스로 범인 확인, 혐의 유무를 판단하기 위한 증거수집 활동인 수사를 할 수 없다. 다만, 수사권을 가진 민간 수사기관의 협조요청이 있는 경우에는 그 협조요청에 부합되는 범위에서만 수사활동을 할 수 있다.
- 입건전조사란 '수사개시'를 목적으로 하는 조사인데, 군사경찰은 수사권이 없어 수사개시를 할 수 없으므로 입건전조사 명목으로도 군인사망 원인 범죄에 대해서는 범인 확인, 혐의 유무 판단을 위한 증거수집 활동을 할 수 없다.
- 해병대수사단이 채상병사건에서 혐의 유무를 가리기 위해 임성근 사단장 등 피혐의자로 지목한 사람들을 상대로 참고인조사를 한 행위는 법적 근거가 없는 불법활동이다. 특히 이종섭 장관으로부터 이첩보류지시를 받고, 자신들이 도출한 기존 수사결과를 뒷받침하기 위해 140페이지 이상의 수사기록을 만든 것은 법적 근거가 없는 불법활동에 해당한다.
- 해병대수사단이 위와 같은 불법행위의 결과물을 토대로 혐의자를 고르고, 혐의를 특정한 후 사건을 이첩한 행위는 군사개정법의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
- 국방부조사본부는 해병대수사단의 불법활동에 의해 만들어진 기록을 토대로 해병대수사단이 애초 혐의자로 본 8명의 군인 중 2명에 대해 혐의 유무를 판단하고, 이를 토대로 범죄인지서까지 작성하여 민간 경찰에 이첩한 것은 군인사망 원인 범죄를 군사법원의 관할사건에서 배제한 군사법원법 개정의 취지에 반하는 조치이다. 완성된 기록 그대로 인계함이 마땅했다.
[판단 이유]
법치행정의 요청에 따라 군사경찰의 활동이 적법하려면 그 활동의 근거가 되는 근거 법령이 존재해야 한다. 그러한 법령으로는 군사경찰직무법과 군사법원법이 있다.
위 법의 관련 내용을 종합하면, 군사경찰은 "군사법원 관할사건에 해당하는 범죄"에 국한해서만 부대의 장의 지휘·감독 하에 정보수집·예방·제지 및 수사를 할 수 있다.
◈ 군사경찰직무법 ㅡ 군사경찰의 직무범위와 지휘·감독
제5조(군사경찰의 직무범위와 지휘·감독)
① 군사경찰은 군사경찰부대가 설치되어 있는 부대의 장의 지휘·감독 하에 다음 각 호의 직무를 수행한다.
3. 「군사법원법」 제44조제1호에 규정된 범죄의 정보수집·예방·제지 및 수사
◈ 군사법원법 ㅡ 군사법경찰관의 직무범위
제44조(군사법경찰관의 직무범위)
군사법경찰관은 군사법원 관할사건을 다음 각 호의 구분에 따라 수사한다.
1. 제43조제1호에 규정된 사람: 제2호 및 제3호에 규정하는 죄 외의 죄
2. 제43조제2호에 규정된 사람: 「형법」 제2편제1장 및 제2장의 죄, 「군형법」 제2편제1장 및 제2장의 죄, 「군형법」 제80조 및 제81조의 죄와 「국가보안법」, 「군사기밀보호법」,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 및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국가보안법」에 규정된 죄를 범한 사람이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에 규정된 죄를 범한 경우만 해당된다)에 규정된 죄
◈ 군사법원법 ㅡ 군사법원 관할사건(재판권)
제2조(신분적 재판권)
① 군사법원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람이 범한 죄에 대하여 재판권을 가진다.
(생략)
② 제1항에도 불구하고 법원은 다음 각 호에 해당하는 범죄 및 그 경합범 관계에 있는 죄에 대하여 재판권을 가진다. (학인: 여기서 "법원"은 민간법원으로서, 이 조항에 해당하는 범죄는 군사법원의 관할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다만, 전시ㆍ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 시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1. (생략)
2. 「군형법」 제1조제1항부터 제3항까지에 규정된 사람이 사망하거나 사망에 이른 경우 그 원인이 되는 범죄
(학인: 이번 채상병사건 중 현재 경찰이 수사 중인 업무상과실치사 사건은 여기에 해당합니다)
3. (생략)
<수사권이 있다는 주장에 대한 검토>
가. 수사권이 있다는 주장의 근거
(1) 주장근거1(이하 제1근거라 함)
대통령령인 「법원이 재판권을 가지는 군인 등 범죄에 대한 수사절차 등에 관한 규정」(이하 ‘수사절차규정’) 제7조에서는 사건 이첩에 대해서 일반적으로 규정하면서 군검사 또는 군사법경찰관은 민간 수사기관 관할 범죄의 발생을 의심할 만한 정황을 발견하는 등 범죄를 인지한 경우 지체 없이 경찰청 등에 사건을 이첩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통상 ‘인지’는 수사기관이 자발적으로 피의자로 입건해 사건을 개시하는 경우를 말한다.
수사절차규정 제7조상 인지를 통상적 의미로 볼 경우, 군수사기관이 수사권이 없는 사안에 대해서 조사대상을 피의자로 입건해 어느 정도 수사를 할 여지가 있다고 해석될 수 있다.
덧붙여 법률용어는 최소한 동일한 법령에서는 동일한 의미로 사용되어야 하는데, 아래에서 보듯 상위법인 제228조 제3항 소정의 인지는 통상의 인지인 것이 분명하므로, 대통령령인 수사절차규정 제7조 소정의 인지도 통상의 인지로 해석해야 한다.
(2) 주장근거2(이하 제2근거라 함)
군사법원법 제228조 제3항은 "군검사와 군사법경찰관은 제286조에도 불구하고 범죄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재판권이 군사법원에 있지 아니한 범죄를 인지한 경우 그 사건을 대검찰청,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경찰청 또는 해양경찰청에 이첩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바, 이는 군사법경찰관이 재판권이 군사법원에 있지 아니한 범죄를 인지한 경우가 가능함을 전제로 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 군사법원법
제228조(군검사, 군사법경찰관의 수사)
① 군검사와 군사법경찰관은 범죄 혐의가 있다고 생각될 때에는 범인, 범죄사실 및 증거를 수사하여야 한다.
③ 군검사와 군사법경찰관은 제286조에도 불구하고 범죄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재판권이 군사법원에 있지 아니한 범죄를 인지한 경우 그 사건을 대검찰청,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경찰청 또는 해양경찰청에 이첩하여야 한다.
제286조(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에의 사건송치)
군검사는 사건에 대한 재판권이 군사법원에 있지 아니할 때에는 사건을 서류ㆍ증거물과 함께 재판권을 가진 관할 법원에 대응하는 검찰청의 검사,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수사처검사, 경찰청 또는 해양경찰청의 사법경찰관에게 송치하여야 한다.
이 경우 송치 전에 한 소송행위의 효력은 송치 후에도 영향이 없다.
나. 반박
(1) 제1근거에 대해
상위법상 수사권이 없는 범죄에 대해 그 하위 규범인 수사절차규정에 의해 수사권이 부여될 수는 없다.
수사절차규정은 상위 규범에 합치적으로 해석되어야 하는바, 수사절차규정 제7조 소정의 인지는 통상의 인지 즉 법적 근거로서 수사권을 요하는 처분으로서의 인지가 아니라 지적 활동으로서의 인지 내지 사실적 의미로서 인지로 해석되어야 한다.
이런 견해는 2021년 군사법원법 개정과정에서 법사위 간사이자 제1소위원장으로 역할을 했던 박주민의 주장에 의해서도 뒷받침된다.
박주민 의원은 개정 당시 법사위1소위 회의록을 근거로 제시하며 위 인지는 “이것을 형식적 인지가 아니라 사실적 인지로 봐야 하고, 범죄사실을 알면 바로 딱 신속하게 이첩해야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명백히 소위원회 회의록에 남겨놓겠습니다.”라고 입법과정에서 ‘인지’의 개념을 명확히 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박주민 의원은 수사절차 규정 제7조를 언급하면서 ‘군에서 사건을 만지작 만지작 하지 말고 의심나는 정황만 발견하면 지체없이 이첩해야 하며 사망사건에 대해서는 군의 관할권이 없다.’고 다시 한번 강조를 하였다(송광석 변호사 칼럼).
덧붙여 수사절차규정 제7조상 "지체 없이 사건을 이첩하라"는 규정의 취지는 수사권이 없는 군사경찰이 해당 사건을 계속 가지고 있음으로써 수사권을 가진 민간 경찰의 수사 착수를 지연시키지 말라는 의무를 군사경찰에 부여하는 것이다.
따라서 위 규정으로 인해 군사경찰에 의무가 발생하였을 뿐, "지체없이 사건을 이체할 권한"이 생겼다고 할 수 없다.
이런 결론을 채상병사건에 적용시켜 보면, 이종섭의 지시에 따라 해병대사령관이 해병대수사단장이 박정훈 대령에게 이첩보류를 지시하였다고 하여 그에게 어떤 권한 침해가 발생했다고 볼 수는 없게 된다.
(2) 제2근거에 대해
군사법원법 제228조(군검사, 군사법경찰관의 수사) 제3항은 어떤 경위로든 군사경찰이 수사권 없는 범죄에 대해 형식적 의미의 인지를 한 경우에도 수사권이 없으니 그 사건에 대해 더이상 수사하지 말고 수사권을 가진 민간 수사기관에 이첩할 의무를 명확히 한 것으로 해석해야 위에서 본 군사경찰의 직무와 권한에 관한 법령과 조화된다.
다시 말해 위 규정은 수사권이 없는 군사경찰이 범죄를 인지한 경우를 상정한 후, 이러한 경우에는 불법성을 해소하는 방법으로서 추가 수사를 하지 말고 바로 민간경찰에 보내야 할 의무를 규정한 것으로 이는 군사경찰의 수사활동을 제한하는 규정이다.
이러한 이유로 군사법원법 제228조 제3항은 군사경찰이 군인사망 원인 사건에 대해 수사권을 가진다는 주장의 법적 근거가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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